Daily Drops
존재의 숨은 차원
raeiear
2025. 1. 12. 09:00
아주 상상력이 풍부하거나 내면 세계가 복잡한 사람이 아니더라도, 기본적으로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간 속에 의식을 두며 산다. 앞일을 계획하거나, 과거의 인연을 생각하거나 하면서, 사실상 지금 이곳 이 시간에 머무는 동시에 모든 시간 속을 여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. 오히려 오롯이 현재에 머무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.
무의식까지 포함한 우리 의식에 머무는 기억들은 어떤 감정의 뿌리가 되어 오늘의 나에게 영향을 준다. 그 뿐만이 아니라 내 몸의 세포들도 저마다의 생물학적 정보(기억, 메모리)를 가지고 자신의 소임을 다 한다.
겉으로 보기에 인간은 신체와 이름, 사회적 신분 같은 정보로 쉽게 파악될 수 있는 개별적 존재처럼 보인다.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, 인간은 수많은 기억과 경험, 감정, 그리고 세포 단위의 정보까지 고밀도로 압축된 복합적 존재다. 이 층위들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지만, 그 결이 너무나 촘촘하고 깊어 마치 무한대로 펼쳐지는 듯하다. 나는 이러한 층위를 존재의 숨은 차원이라 부르고 싶다.
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. 인간 존재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시간과 차원을 품고 있다.